국어 교재 ‘국정원’은 상표등록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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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성엽 변리사

‘국정원’으로 불리는 인기 국어 교재가 상표등록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상표 식별력과 공익상 제한 사유를 검토해보겠습니다.

국어 교재계의 신흥 강자, ‘국정원’

2024년 출간된 『국어 1등급을 정말 원한다면』, 줄여서 ‘국정원’이라 불리는 이 책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독학 재수생이던 저자가 고군분투 끝에 고안해낸 문제 접근법과 해설이 압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이를 ‘인강보다 더 인강 같은 교재’라며 손에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인기 교재의 줄임말 ‘국정원’은 상표법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상표로 등록하고 브랜드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조차 ‘OLYMPIC’ 상표 등록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6후1774 판결).

책 ‘국정원’의 상표등록 가능성은 어떨까요? –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3호의 적용 가능성

‘국정원’이라는 줄임말은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국가정보원(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NIS)을 떠올리게 합니다. 정치 뉴스, 드라마, 시사 프로그램, 심지어 개그 소재에서도 국정원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 상징되며 널리 인지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앞선 판례에서 ‘공공성의 존엄성이 높은 명칭’은 상표등록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는 ‘국정원’이라는 표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더 직접적으로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국가기관의 표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는 등록이 거절됩니다.

실제 특허청 심사기준에서도 ‘국정원’, ‘청와대’, ‘헌법재판소’ 등의 기관명은 상표로서 등록이 불가하거나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공공기관 약칭을 민간 교재 제목으로 등록하게 되면, 일반 수요자가 그 출처를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국어 1등급을 정말 원한다면』의 상표등록은 가능할까?

이제 다시 교재의 전체 제목을 살펴보겠습니다. 『국어 1등급을 정말 원한다면』이라는 표현은 얼핏 길고 구체적으로 들리지만, 상표법상으로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로 식별력 부족, 즉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7호의 문제입니다.

상표로 등록되려면, 그 표장이 상품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어 1등급을 정말 원한다면’은 상품의 품질, 효능, 사용방법 등을 설명하거나 광고하는 문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특허청이 일반적으로 식별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표현의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예컨대 ‘이 책 한 권이면 합격’, ‘단 2주 만에 완성’ 같은 문구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설명적 표현이며, 특정한 출처와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국어 1등급을 정말 원한다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제목을 듣고 특정 출판사나 저자를 떠올리기보다는, 단지 ‘국어 고득점을 목표로 한 교재겠구나’라는 인식이 전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름 하나로 브랜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그렇다면 이 교재는 브랜드화가 불가능한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정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싶다면, 저자명이나 고유 조어를 결합한 식별력 있는 조합표장으로 우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범국정원’, ‘B.G. 국정원’, ‘정말국어’ 같은 형태는 출처 혼동을 줄이면서 식별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제목 자체를 단순히 텍스트로 출원하는 대신, 특유의 디자인, 글꼴, 색채가 결합된 결합상표(도형+문자)로 출원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교재가 수험생들 사이에서 장기간 사용되고 인지도를 확보하게 된다면,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제33조 제2항)을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인기 있는 이름이 반드시 등록 가능한 이름은 아닙니다

‘국정원’ 교재는 그 화제성과 실용성으로 이미 많은 수험생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표법의 세계에서는, 인기나 파급력만으로 이름을 독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이름이 너무 유명하거나 공적인 의미를 가질수록, 등록은 더 어려워집니다.

대법원이 IOC조차 ‘올림픽’ 상표를 등록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이유는, 그 명칭이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공공성과 상징성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름을 브랜드로 바꾸려면, 법적 문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